manipulation

지난 10월 23일자 한겨레신문의 기사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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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경찰서는 23일 자신의 교회에 다니는 여성 신도 여러 명에게 “나와 성관계를 맺는 것은 신의 뜻”이라고 회유·압박해 이들을 상습 성폭행한 혐의(준강간)로 목사 조아무개(46)씨를구속했다고 밝혔다.
10여년 전 한 선교단체를 만들어 동작구에 교회를 차린 조씨는 자신을 찾아오는 여성신도들에게 “나와 성관계를 하면 모든 죄가 씻겨진다. 이것은 하느님의 뜻으로 행하는 것이다”라는 말로 구슬려내어 성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10여년동안 20대 미혼 여신도 6명을 수십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조씨는 성관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하느님의 뜻인 줄 알고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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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안되는 이런 일들...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단순히 무지에서, 혹은 뭔가에 씌워서 그런 것이었을까?

일반인들의 인식 속에 "학대"라는 단어에 연상되는 것은 언어적, 물리적 폭행이다. 말을 함부로 하거나, 때리거나 하는 것을 "학대"라고 생각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일반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또 하나가 있다. 그것은 "manipulation"이다.
Manipulation이라는 것은 인간 안에 잠재 되어 있는 죄의식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을 성폭행한 뒤, 아이들에게 "너는 더러운 아이야." "네가 잘못해서 그래." 등등으로 자주 이야기하면서 아이들이 성폭행 당한 것을 자신의 죄, 자신의 더러움으로 인식하게 하여, 자기 스스로를 자책하게 만듦으로써 그 죄를 은폐시키려고 하는 행위, 남편이 아내에게 폭행을 가하면서 "너는 그렇게 얻어 맞아 마땅한 덜떨어진 인간이야!"라고 폭행을 정당화 하는 행위, 남자에게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기어이 얻어내고자 남자의 약한 감정을 이용하여 그 마음에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함으로써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루어 내는 행위 등이 manipulation에 해당한다. 말 그대로 상대방의 약점이나 죄의식을 이용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부당한 방식으로 얻어내는 것이다. 이 manipulation은 "학대"의 한 중요한 양상이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위의 신문 기사는 영적 파워를 가진 목사가 자신의 욕구/필요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여성도들의 죄의식에 자신의 욕구를 교묘하게 연결시킨 결과이다. 그는 결국 manipulation을 사용하여 여성도들을 학대한 것이다.

하나님을 떠나 죄의 노예가 되어 버린 모든 인간은 누구든지 그 영혼의 깊은 곳에 죄의식이 숨어 있다. 아담이 범죄하고 난 이후 하나님의 낯을 보기 두려워서 숨었던 것처럼, 우리도 우리 깊은 곳에 죄의식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죄의식이 바르게 사용되었을 때, 그것은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 사용되었을 때는 인간을 파멸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위에 인용된 신문 기사의 예가 바로 그런 예이다.

영적인 리더로서 섬기면서, 내 스스로가 manipulation의 가능성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기사에 나오는 것처럼 그런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나를 영적인 리더로 믿고 따르는 지체들에게 내가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여러 경우를 통해 경험하면서, 신문 기사에 나오는 것과 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실제로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감으로 느끼게 된다.
영적인 리더의 역할은 인간 안에 있는 죄책감을 말씀과 연결시키는 것이다. 그들이 말씀으로 도전받고 죄책감을 느끼며, 그것으로 인해서 주님께 더 나아가고, 주님 앞에서 해결되며, 그로 인해서 더 정결하고 거룩한 자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영적 리더의 역할이다.
그런데, 그 어떤 경우이든간에 그 죄책감을 자신의 욕구나 바램, 생각과 연결시킨다면, 그것은 하나님 앞에 엄청난 죄를 짓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관철 시키기 위해서, 지체들이 내 생각대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 그들 안에 있는 죄책감에 호소를 한다면, 그들이 나로 인해서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하나님의 왕위를 찬탈하는 지극히 사악한 행위인 것이다.
만약 그것이 의도적으로 지속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성령을 훼방하는 죄, 그리스도의 십자가로도 구원을 얻을 수 없는 악독한 죄악인 것이다. 그런 죄를 짓는다는 것은 생각만해도 몸서리쳐지는 것이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주신 영적 권위를 주신 자리에서 섬긴다는 것이 두려운 이유이다. 영적 리더들은 그들이 섬기는 지체들보다 훨씬 더 철저하게 타락할 여지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권위가 manipulation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것으로 다른 영혼들도 타락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참 두렵다.
내가 더 철저하게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 영적 리더로서 섬길 때, 내가 진정으로 진리인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하여 섬기고 있는지를 묻고 또 묻는 가운데, 하나님 앞에 결코 거리낌이 없는 섬김을 해야 한다. 만약 내 것이 조금이라도 섞인다면, 하나님께서는 마지막 날에 그에 대해서 나를 매우 책망하실 것이다. 기쁨으로 맞이해야 할 주님 오시는 날이 저주와 슬픔의 날이 될 것이다.
주여 나를 도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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