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집안의 경제 사정으로 인해서 명절은 항상 악몽과 같은 때였다. 집안에 돈이 없는 것은 그나마 작은 문제었다. 사업을 하시던 아버지께서 임금을 지불하지 못해서 늘 초긴장하고, 많은 경우 사람들이 집까지 찾아와서 돈을 달라고 떼쓰고 행패부리는 험악한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에, 그런 일이 없이 조용히 명절을 넘기는 것이 최고의 소원이었다. 크리스마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탄절은 어린 가슴을 기대감으로 설레게 하는 뭔가가 있는 날이었다.
초등학교 때, 성탄절에 선물이라는 것을 주고 받는다는 것을 TV를 통해 배웠다. 여자라고는 어머니 밖에 없고, 5부자가 사는 집안. 모든 것이 군대식이고, 상명하복의 절대복종, 절대충성의 원리가 지배하는 우리 집에는 선물이라고 하는 것은 참으로 생소한 것이었다. 어머니 생신 때 주로 하는 생일축하 인사는 "어머니... 오늘이 생신이셨어요?"였다. 성탄절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선물은 고사하고 카드조차 주고 받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선물을 주고 받는 것이 성탄절의 중요행사라는 것을 알고 난 후, 처음으로 내 돈을 들여서 작은형과 동생을 위해 선물을 하나씩 준비했다. 큰형은 왜 빠졌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쨋든 평생 처음으로 남을 위해 뭔가를 산 것이었다. 그 기분은 참 좋았다. 설레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크리스마스란 이런 거였구나...'라고 혼자 생각하며, 기쁨으로 집에 와서 동생과 작은형에게 선물을 건넸다. 포장도 없었고, 카드도 없었다. 그 때는 그런 것을 꿈도 꾸지 못했다. 그냥 가게에서 산 물건을 툭 던져 주었을 뿐이었다. 건넨 나도 어색하고, 받는 그들도 얼마나 어색해 하던지... 이런 것을 왜 주냐는 듯한 표정... 그러면서도 고마와 하는 그 표정... 사실 그 이후로 선물을 다시 산 기억은 없다. 하지만 어린 나에게 성탄절은 선물을 주고 받는 절기였다.
조금 자라 중학교 때와 고등학교 때에는, 성탄절 즈음 최고의 관심사는 24일에 눈이 오느냐 오지 않느냐였다. 소위 White Christmas가 되면 뭔가 제대로 된 것 같고, 그렇지 않으면 실망하는 그런 절기였다. 눈이 오는 성탄절 이브에는 샹송인 "Tombe la Neige"를 부르며 감상에 빠져 거리를 혼자 걷곤 했다. 추위와 눈을 좋아했던 나로서는 눈 없는 성탄절은 뭔가 빠져서 실패한 작품과 같은 그런 것일 뿐이었다.
조금 자라고 대학생이 된 후, 성탄절은 여자친구와 함께 카페나 영화관이나 좋은 곳을 돌아 다니며 데이트를 하는 절기로 바뀌었다. 문제는... 나에게 여자친구가 없었다는 것. 지금의 아내를 만나기 전에 어느 누구와도 교제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성탄절은 언제나 나를 쓸쓸하게(혹은, 씁쓸하게)하는 시간이었다. 거리에 쌍쌍이 돌아다니는 연인들을 보면서 얼마나 부러웠던지...
그러다가 예수님을 영접하게 되었다. 그제서야 비로소 성탄절이 눈도, 선물도, 데이트도 아닌 예수 그리스도가 중심이 되는 그분의 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말 그대로 Christmas라는 것... 그것을 그 때야 깨닫게 되었다. 그 이후로 성탄절의 중심은 항상 예수 그리스도가 되었다. 눈이 오지 않아도, 선물이 없어도, 데이트할 연인이 없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그저 나를 구원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 때문에 기뻐하고 감사할 수 있는 그런 절기가 되었다.
성탄절 새벽인 지금... 다시 한번 온 땅에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으로 오신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분께 경배와 찬양과 감사를 올려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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