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묵었던 Palm Springs의 숙소)
Palm Springs는 말 그대로 Palm으로 가득찬 작은 도시였다. 참 이국적인 이 도시를 즐겨보지도 못하고 다음 경유지인 El Paso로 향했다. 하루 종일 달렸다. 79마일의 속도로... 중간에 기름을 넣고 휴게소에서 식사를 하는 것 빼놓고는 계속 달렸다.
저녁 늦게 El Paso에 도착했다. 11시 정도 된 줄 알았는데, 아직 10시였다. 미국을 동에서 서로 여행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혼동되었다. 내가 속한 Central Time, Mountain Time, Pacific Time zone을 오갔을 뿐만 아니라, Daylight Saving이 시작된 직후라 더 혼동되었고, 더구나 Daylight Saving에 참여하지 않는 Arizona를 중심으로 여행했기 때문에 무지하게 헷갈렸다. El Paso에 도착한 뒤 이제 텍사스로 돌아 왔으니 이제는 어스틴 시간으로 살면 되겠다고 안도했었는데, 텍사스의 서부 끝인 El Paso는 텍사스의 도시였지만 텍사스 시간인 Central Time을 따르지 않고 Mountain Time을 따른다는 것을, 도착해서야 알았다.
어쨋든 여행의 마지막 숙소인 El Paso의 한 호텔에서 푹 쉬고, 다음날 아침 예배를 드리기 위해 엘파소한인침례교회로 향했다. 참고로 El Paso에서 오스틴까지는 10시간 정도가 걸린다. 9시 30분에 출발한다 하더라도 저녁 7시 30분에 도착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중간에 한 번도 안 쉴 경우에... 아침 8시 30분에 1부예배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목표로 준비했는데, 너무 피곤한 나머지 내가 늦게까지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바람에 교회에 9시 10분 정도에 도착했다. 하나님께 너무 죄송한 마음... 아무리 여행중이라지만, 그리고 아무리 일찍 출발해야 한다지만 예배에 있어 이건 너무했다는 생각에 정말 속이 많이 상했다. 예배가 뒷전으로 쳐지는 상황... 하나님 앞에 나아오는 것이 준비된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나아오는 것이 아니라 형식화 되는 이 상황... 그리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그것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차를 타고 가면서 아내에게 늦게 도착하는 한이 있더라도 다음 예배를 제대로 드리고 가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 말을 하지 못하고 혼자 속으로만 스스로를 원망하고 있었다.
그런데 교회에 도착해 보니 아무도 없었다. 문도 모두 잠겨 있었다. 예배를 드리고 있거나 드렸다는 흔적이 전혀 없었다.
'왠일인가?'
속으로 혼자 생각하며 교회를 둘러보고 있을 때, 어떤 나이드신 미국인 부부가 차를 타고 도착했다. 알고보니 그분은 그 교회의 영어예배 담당 목사님이셨다. 그분의 말씀이 원래 8시 반에 1부예배가 있는데, 한국인 목사님이신 담임목사님이 베트남 단기선교를 가시는 바람에 그 주는 1부예배가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2부예배는 영어예배이고, 3부예배가 원래 대예배라고 설명해 주셨다.
내심 기쁜 마음이 들었다. 아내에게 가서 이 사실을 알리고 2부예배에 Full로 참석하자고 했다. 아내는 당연하다는 듯이 흔쾌히 동의했고, 우리 가족은 한인2세들과 몇몇 미국인들과 함께 예배를 드렸다. 예배의 분위기는 매우 어수선했고, 집중이 되지 않았지만, 나는 하나님 앞에 온전한 예배를 드린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기쁨이 넘쳤고 진정으로 하나님께 감사했다. 아이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난 직후, 우리를 환대하며 3부예배에 같이 예배를 드리자고 적극 권면하는 한국인 교인들의 권고를 뿌리치고 오스틴으로 향했다.
오스틴으로 오는 길... 여전히 황량한 광야... 그런데... 이제는 그 광야가 고향처럼 느껴졌다. 그 "광야"가 뉴멕시코나 아리조나의 광야에 비해서 얼마나 나무가 많은지... 얼마나 푸르름이 더한지 깨달았다. 고향에 온 듯 즐기며 운전했다. 중간에 Rest Area에서 쉬었다. 참고로 Rest Area는 화장실이 있고, 속도는 느리지만 무선 인터넷이 되는 곳이다. 또한 식사를 해 먹을 수 있도록 테이블과 의자와 바베큐 시설이 준비되어 있다. Picnic Area는 화장실이 없고 테이블과 의자만 있다. Parking Area는 아무것도 없고 그냥 차를 대고 쉴 수 있는 공간만 있다. Rest Area에서 여행에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블루스타를 켜고 라면을 끓여 먹었다. 텍사스의 광야 한 가운데서 끓여먹는 라면맛... 평소에는 라면을 거의 먹지 않는 나이지만, 거기서만큼은 참 맛있었다.
저녁 11시 정도에 도착하리라 예상했었는데, 다행히 80마일의 속도를 유지한 끝에 9시 30분 정도에 집에 도착했다. 짐을 내려 놓고 대충 정리하고 누운 침대... 역시... 내 집이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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