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금요일...
예수님께서 고난을 당하시고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돌아가신 날... 그리고 아리마대 사람 요셉의 무덤에 안장되신 날...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신 직후 세 시간 동안 온 세상이 깜깜해졌다. 그것은 이땅에 하나님의 아버지의 은혜의 따사로운 빛이 사라지는 것을 보여 준다. 인간의 대표로 인간의 모든 죄를 담당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철저하게 버리시는 아버지의 진노, 거기에는 생명의 빛이 있을 수 없다. 주님은 주님이 존재한 그 영겁의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던 아버지와의 단절, 아버지의 버리심을 경험하며 그것에 고통하며 처절하게 몸부림치신다. 아버지와의 단절, 그 은혜의 비추심이 없는 그것이 그가 당한 육신의 모든 고난보다도 훨씬 고통스러우셨던 것이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는 그 고통의 절규이다.
주님께서 돌아가시자(원어 그대로로 하면, "자신의 영혼을 하나님께 내어 드리자") 예루살렘 성전의 지성소와 성소를 구분하던 커튼이 위에서 아래로 찢어져 둘이 된다. 그리고 최초의 성막 이후에 인간들에게 철저히 감추어 있었던 지성소,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그곳, 언약궤와 그 위의 속죄소, 그 은혜의 보좌가 사람들에게 드러난다. 인간의 편에서 본다면 죽지 않고도 그 속죄소를 볼 뿐만 아니라 나아갈 방법이 생겼으며, 하나님의 편에서 본다면, 당신의 거룩함을 손상시키지 않고도 인간을 만날 수 있는 접점이 생긴 것이다.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커튼(휘장)은 성인의 손으로 재서 한 뼘의 두께로 매우 무겁고 두꺼운 천이었으며, 극상품의 재질로 매우 정교하게 짜여진 것이었다.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벽은 그만큼 두꺼웠다. 아무리 날카로운 칼로도 결코 찢을 수 없는 두터운 장벽이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가로 놓인 장벽이었다. 그것은 바로 죄의 장벽. 죄와 거룩 사이의 장벽이었다.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죽으심은 바로 그 장벽을 단번에 위에서 아래로 찢어버리는 놀라운 능력이었다.
지성소와 성소를 구분하던 그 휘장에는 그룹 천사들의 모양이 수놓아져 있었다.(출 26:31-33) 성경에서 그룹천사들은 하나님의 호위천사들이고, 무엇보다도 하나님께서 인간을 에덴에서 쫓아내시고 그들이 하나님께서 계신 그곳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수비하게 하신 천사들이다.(창 3:24) 성소의 휘장이 위에서 아래로 찢겨 내린 것은 바로 그 에덴으로의 길이 그리스도로 인해서 열리게 된 것을 의미한다. 인간이 하나님과의 천의무봉(天衣無縫)의 관계 속에서 영원한 생명과 기쁨을 누린 던 그 곳, 그 상태로의 회복의 길이 주님으로 인해서 열린 것을 의미한다. 주님의 십자가를 통해서 나는 천국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성경에 의하면 휘장은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다.(히 10:20)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 에덴으로 통하는 길은 그의 몸이 찢기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나의 죄 때문이다. 내 죄가 주님과 나 사이에 건널 수 없는 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주님은 나를 위해... 자신의 몸을 찢으셨다. 나에게 말로 다 할 수 없는 하나님의 복을 허락하시기 위해서 주님은 하나님이시면서도 인간들에게 조롱과 핍박을 받으셨으며,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채찍의 고통과 십자가의 고통을 감내하셨다. 아무 죄가 없으신 그분의 육체에서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피가 터지고, 십자가에서 그분이 생명을 잃어갈 때, 주님은 무엇을 생각하셨을까? 무엇을 생각하시며 그 고통을 참으셨을까? 바로 내 이름이 아닐지... 나를 생각하시며, 나를 사랑하시는 그 마음으로 내 죄를 끝까지 담당하시며, 나로 하여금 영생을 얻게 하고자 그 고통을 감내하셨을 것이다.
내가 달려야할 십자가... 내가 당해야할 핍박과 고난... 그분은 나를 대신해서 이 모든 일을 당하셨다. 그런 그분이 그 희생 가운데 나에게 무엇을 원하셨을까? 십자가 위에서 나를 생각하시면, 나에게 무슨 기대를 하셨을까?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몸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갈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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