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7월에 미국에 온 후, 한국을 방문하는 것과 단기선교를 다녀온 것을 제외하고는 우리 가족이 떠난 첫 여행이었다. 매일 24시간 intensive하게 같이 보낸 시간들... 아마 그 자체가 앞으로 가장 소중한 추억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약 3천 900마일의 장거리 여행. Texas, New Mexico, Arizona, Utah, Nevada, California를 넘나드는 긴 여행...
여행 소요경비는 총 1,100불...
소요기간 7일과 반나절....
아픈 사람 없었고, 다친 경우가 거의 없었고, 경미한 사고도 없이 무사하게 다녀온 여행이었다. 하나님께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내면에 있어왔던 갈등이 점점 더 증폭되어가는 상황에서 떠난 여행이었다. 여러가지로 분노하는 것도 있었고, 아픔도 있었고, 방향을 잡지 못해서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였다. 하나님께서 어디론가 떠나서 시간을 가지며 자신을 돌아보라는 뜻이 아니었나 싶다.
여행하는 내내, 좋은 곳들을 돌아 봤지만, 그리고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자주 한숨을 내 쉬는 나를 보면서 아내는 걱정했다. 복잡한 머리와 가슴은 그랜드 캐년의 웅장함과 Zion 캐년의 아름다움에도 해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말씀을 통해서 복잡한 마음을 상당히 많이 정리해 주셨다.
"충성되고 지혜 있는 종이 되어 주인에게 그 집 사람들을 맡아 때를 따라 양식을 나눠 줄 자가 누구뇨?"(마 24:45)
"Who then is the faithful and sensible slave whom his master put in charge of his household to give them their food at the proper time?"(NASB)
"종"은 하인이 아니다. δουλος라는 단어의 의미는 "노예"이다. 물론 동일한 본문의 누가복음에서는 이 종이 "청지기"로 표현되어 있지만, 청지기는 신분이 아니라 역할을 말해주는 단어이다. 신분은 노예이다. 노예 중에서 다른 동료 노예들(집 사람들, οι’κετείας)을 돌보며 섬기는 일, 특히 그들에게 정한 때, 그들에게 꼭 필요한 때(καιρός)를 따라 고기를 공급함으로 그들이 주인을 위한 노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위해 특별히 구별된 자이다. 그는 노예들 중에서도 주인의 신임을 받는 자인 것이다.
예수님께서 종말에 대해서 강조하시면서, 그 종말을 맞이하는 가장 지혜로운 자는 바로 하나님의 청지기로서의 역할을 감당하는 자라는 말씀을 주셨다. 믿음의 지체들을 돌보며, 그들에게 생명의 양식을 나누어주는 일을 감당하는 자... 그는 복이 있는 자이다.
"주인이 올 때에 그 종의 이렇게 하는 것을 보면 그 종이 복이 있으리로다!"(마 24:46)
주님의 약속의 말씀이었으며, 내가 어떤 자세로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시는 말씀이었다. 이 말씀이 그 웅장한 그랜드 캐년보다도 더 크게 나에게 다가왔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직접 말씀하시는 것과 같은 착각 속에서, 여행하는 내내 그 말씀을 깊이 묵상했다.
나는 결국 종이다. 그리스도의 노예일 뿐이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양식 나누어주는 일을 충성과 지혜로 감당하면 되는 것이다. 그 양식을 통해서 지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그 양식을 통해서 새생명이 탄생하는 일에 쓰임 받는 것... 그것이 내가 관심을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 그것을 위해서 내 섬김이 집중되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내 안에 내가 너무 많이 살아 있다.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되어 있는 내 모습... 그리고 양식을 나누어 주는 일 뿐만 아니라 너무나 많은 다른 일에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 그리고 그 와중에 양식을 나누어주는 일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
하나님께서는 내 모습을 보시고 분명히 말씀하셨다.
'너는 내 노예다. 내가 하라는 것만, 신경써라. 때를 따라 양식을 나눠 줘라. 나머지는 내가 다 하마...'
'예... 주님...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답했지만, 사실 아직도 내 안에는 struggle이 있다. 말로는 순종했지만, 아직 내 스스로가 그분의 노예라는 것이 인정이 안 되는 모양이다. 기도하기는 진정으로 주님의 노예로서 주님께서 찾으시는 그런 청지기가 되기를 바란다.
또 하나의 말씀은 차 안에서 들었던 유기성 목사님의 설교를 통해서 받았다.
"여러분! 교회에서 잘잘못을 따지기 잘하는 사람들은 선악과를 많이 먹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선악과를 하나만 먹어도 선과 악을 분별하며 따질 줄 알게 되었는데, 얼마나 많이 먹었으면 그렇게 따지는 것을 잘하겠습니까?"
전에 들으면서도 내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들으니, 정말 내 얘기다. 내 안에 얼마나 "옳은 것"에 대한 집착이 많은지... 그리고 그 "옳은 것" 때문에 분노하고 있는지... 사실 그 옳은 것에 분개하면서 내 스스로가 옳지 못한 쪽으로 많이 기울어 가고 있는지를 보았다. 옳은 것보다 사랑이 더 중요하다는 말씀... 물론 사랑은 진리에 기반을 두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일의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리는 것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내 모습을성찰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신뢰"였다. 주님을 믿는다는 것은 그분을 신뢰한다는 것. 그분께 모든 것을 맡긴다는 것. 그래서 내 안에 염려와 근심이 없다는 것... 그것이 바로 믿음이라는 것을 깊이 묵상했다.
이번 여행은 내 개인적으로 spiritual retreat이었다. 폭포수와 같이 쏟아지는 은혜를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삶의 자리를 떠나 낯선 곳을 다니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내 자신을, 내 신앙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삶의 자리로 돌아온 지금... 그 받은 말씀들을 하나하나 기억하며, 그 앞에 무릎꿇으려고 한다. 꿇어지지 않는 무릎, 완고한 내 자신을 보지만, 결국 무릎꿇게 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체험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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