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너희도 명령 받은 것을 다 행한 후에 이르기를, "우리는 무익한 종이라. 우리의 하여야 할 일을 한것 뿐이라." 할찌니라.(눅 17:10)
나는 평소에 늘 입버릇처럼, 마지막 날 주님 앞에 설 때, 주님께서 "착하고 충성된 종아!"라고 말씀하시며 주님께서 품에 안아 주실 때, 예수님께 "저는 무익한 종일 뿐입니다!"라고 고백하는 것이 평생의 소망이고 삶의 목표라고 떠들고 다녔다.
그런데 요즘... 하나님께서 보여 주시는 것은 무익한 종이 아니라 악한 종인 내 모습을 보게 하신다.
하나님 앞에 낯을 들 수가 없이 부끄러운 내 모습...
예수님께서 누가복음에서 말씀하신 "무익한 종"은 사실 엄청난 고백인 것을 알 수 있다. 그 고백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하나님의 "명령 받은 것을 다 행한" 자인 것이다. 스스로 무익하다고 한 것은 그 명령을 명령자이신 하나님의 능력으로 실행에 옮겼을 뿐 스스로 한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인 것이다. 모두 주인이 생각해 내신 것들, 그분이 명령하신 것을 그저 묵묵히 순종했을 뿐이기 때문에, 주님 앞에 "무익한 종"이라 고백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고백은 사실 인간이 하나님께 할 수 있는 최고의 고백인 것이다. 왜냐하면 주님의 명령을 따르는 것 외에 주님께 도움이 되는 것을 조금이라도 더해 드릴 능력이 인간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해 낸 하나님께 "좋은 것"은 결국 하나님께 손해가 되는 것들 뿐이다. 그러니 주님께 "유익한 종"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근 하나님께서는 지난 4년에 가까운 청년부 사역을 돌아보게 하셨다. 그리고 내가 하나님께 자신있게 들고 나아갈 수 있다고 여겨지는 열매들을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게 하시고 계신다.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열매들... 하나님께 바쳐드리며 자랑스러워 함 직하게 보이는 그 열매들이 모두 좋은 열매들은 아니라는 사실이 나에게는 큰 충격이다. 어떤 것들은 썩어 있고, 어떤 것들은 상해 있고, 어떤 것들은 온전한 것들이다. 온전한 것들은 모두 주님께서 친히 맺으신 열매들이다.
그리고 나머지들은 내가 "주님을 위해" 만든 것들이었고, 주님께 "자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내심 생각하는 것들이다. 그 열매들에는 내 인간적인 열정과 애정이 첨가된 것들이다. 그 어느 것들보다도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다. 그것들의 대부분은 겉으로는 정말 온전하여 먹음직스러운 열매들처럼 보이지만, 그 속은 썩어 있다. 하나님께서 내게 보여 주신 것은 내가 자랑할 만한 열매들이 얼마나 썩어있고 상해 있는지, 하나님께서 도저히 받으실 수 없는 열매들 뿐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 겉모양만 보고 하나님께 으쓱하며 자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았다. 정말 낯이 뜨뜻하여 고개를 들 수가 없다.
하나님께서 친히 맺으신 그 온전한 열매들조차 종인 나를 통해서, 혹은 나를 사용하셔서 맺은 것이 아니라, 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님께서 기어이 맺으신 것들이라는 것을 분명히 깨달아 알게 되었다.
나는 무익한 종이 아니라 악한 종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하나님의 나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여러가지 모양으로 장애물 역할은 한 그런 악한 종...
최근 하나님 앞에 기도하고 있던 매우 중대한 기도제목에 대해서... 하나님께서 그런 방식으로 답을 하셨다. 하나님께서 보여주시는 그 진실을 보면서 어젯밤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안타까움과 아픔과 부끄러움이 나로하여금 심한 수치를 느끼게 했고 마음을 정말 아프게 했다.
하지만 악한 종의 모습을 지금이나마 보게 하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마지막 날... 그 심판의 날...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그날...
그날 만큼은 진정으로 주님께 "무익한 종"이라는 고백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이 글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