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17

하연이의 생일

(2006.03.01에 쓴 글)

하연이가 벌써 여섯 살이 되었다. 2000년 2월 광명시 철산동에 있는 광명성애병원에서 오랜 진통 끝에 얼굴을 보인 조그만 갓난 아기가 벌써 여섯 살(한국나이 일곱살)이 된 것이다.
아내도 같은 것을 느꼈는지, 가족끼리, 혹은 가까운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축하하던 지난 생일들과는 달리 이번에는 하연이 반 아이들과 동네 친구들을 많이 초대했다.
그리고...
(아내의) 고생은 시작되었다..
며칠 전부터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며 준비한 음식들... 여기저기 다니면서 모으고 만든 장식... 그리고 생일파티를 위한 이벤트와 그에 따르는 상품들... 엄마가 아니라면, 참 해내기 힘든 많은 것들을 준비하는 것은 하연이를 낳을 때 고통 가운데서도 아기에 대한 기대가 교차되는 복합 감정의 재연이라 할 수 있었다.

많은 준비물들을 들고 전에 예약해 둔 아파트의 커뮤티니 룸을 향했다. 장식하고, 음식을 진열하고 상품을 준비하면서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 하나씩 엄마 손을 잡고 나타나는 아이들.. 동네 한국 애들, 학교 같은 반 미국 아이들, 일본 아이.. 하나씩 둘씩 나타난 아이들은 예상했던 수를 훨씬 뛰어넘어 방 안에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그 만큼 하연이에게 쏟아지는 선물들... 기쁨...
음식으로 시작한 생일 파티는 엄마들과 아이들이 어우러진 그야말로 "파티"였다. 모두들 즐겁게 식사를 하고 나서 우리 목장 식구 한 분이 사준 근사한 케익에 불을 붙이며 하연이의 생일을 축하했다.

멍석을 깔아주면 뒤로 빼는 하연.. 역시나 촛불 끄기를 거부... 당황한 엄마와 아빠는 주위에서 불을 끄고 싶어하는 아이들과 함께 "후~~~~"하고 불을 모두 껐다.

이에 이어지는 순서... 종이 비행기 만들기... 한국아이들은 신나게 접기를 시작한 반면 미국 사람들에게는 낯선 듯 엄마들도 어떻게 만드는지 모르는 기색... 이를 대비한 하연 엄마의 철저한 준비정신!! 한글과 영어가 같이 있는 종이비행기 접는 법을 설명하는 유인물을 나누어 줘서 그들의 참여를 이끌 수 있었다.
종이 접기가 끝나자 모두들 밖으로 나가서 비행기를 신나게 날리는 동안 나는 캔디가 들어 있는 별 모양의 상자를 나무에 달았다.. (이름이 뭐라더라...피녜타?) 비행기 날리느라 정신이 없는 아이들을 불러 모아 상자를 향하여 출발!! 미국아이들 생일파티하면 자주 하는 것이라고는 하는데 우리에게는 낯선 이것은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나무 막대기로 두드려서 깨뜨려 사탕을 줍는 게임이다.
한 명씩 차례대로 돌아가며 두드리기 시작.. 마치 소풍 때 박을 터뜨리는 것처럼 사탕을 기대하는 아이들의 두드리는 열심은 시작되고... 한참... '으잉? 왜이리 안터지냐?' 오랫동안 터지지 않는 상자를 보면서 내심 걱정... 겸연쩍은 미소로 아이들을 바라보며 나는 살짝 상자를 찢는다.. '그래도 안 터지네..;--;" 결국 룰을 바꾸어서 아이들이 달려들어 상자를 찢게 하고... 쏟아지는 사탕위로 우르르 몰리는 아이들... '무섭군...'
이어서 Donkey Tail. 이 게임은 벽에 붙여 놓은 종이에 눈을 가리고 받은 스티커를 제자리에 붙이는 게임... 정확하게 붙이는 아이들... 어딘지 모르고 헤메는 아이들... 어쨋든 몰려드는 아이들...

정신없다...

마지막 순서.. 보물찾기... 내가 "It's time for treasture..."라고 말하는 도중에 아이들은 벌써 "와~~~~"하면서 보물이 있는 곳으로 출발.. (나중에 알고 보니 하연이가 주도했더만... 그리고 그 전에 친구들에게 미리 귀뜸을 해준 모양...) 아이들이 찾기 쉽게 잘 보이는데다 놓은 관계로 거의 모든 아이들이 보물을 찾아들고 아내에게로 달려갔다. 아내는 준비한 상품을 아이들에게 나누어 줬다.
흐뭇 & 행복해하는 아이들.. 저마다 상품을 자랑하면서 즐거워함으로 생일파티는 끝났다.

아내의 과감한 도전... 그리고 철저한 준비로 힘든 과정이었지만 나름대로 즐겁고 좋은 생일파티였다...

하루가 지난 오늘 저녁.. 하연이와 같이 식사를 하면서 물었다.
"하연아! 어제 왜 촛불을 안불었어?"

"왜냐면요... 입에 음식이 있었는데 음식이 튀어나올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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