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

1월 9일은 결혼기념일이다.

1999년 1월 9일 토요일... 영하 13도의 날씨에 우리는 아내의 교회였던 서울 대방동의 대방교회에서 결혼했다. 충청 이남 지방에서는 폭설이 내리는 바람에 고속도록가 폐쇄되어서 광주에서 올라오기로 했던 내 친척들과 여러 분들은 참석하지도 못했고, 급히 입석 열차를 탄 부모님과 형제들만 결혼식에 참석했다.

그 이후 11년간의 결혼생활... 결혼생활이라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시간이었다. 첫눈에 반했고, 처음 만났을 때, 결혼을 생각할 정도로 좋아했고,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다른 여자들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내 눈을 멀게 했던 바로 그녀와 결혼했는데...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없더라도, 이 여자만 내 곁에 있어준다면, 행복할 것 같았고, 그런 그녀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나라는 사람이 결코 그런 존재가 아님을 결혼 생활을 통해 분명히 보게 되었다.

얼마나 이기적인지...
얼마나 용서할줄 모르고, 얼마나 자기 잘못에 대해서 뻔뻔스러운지...
얼마나 포용력이 없는지...
얼마나 이해심이 없는지...
얼마나 무능력한지...
얼마나 무관심한지...
얼마나 사랑이 없는지...
얼마나 이중인격적인지...
얼마나 가식적인지...

내 존재의 밑바닥을 확인하는 시간...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인에게 말로 다 할 수 없는 상처를 주었는지 알 수 없다. 11년을 회상하면서, 남는 것은 후회와 미안함 뿐... 앞으로는 잘 해 보겠다고 다짐하지만, 그것 또한 지키지 못할 것임을 알기에, 자신이 없다.

회한의 11년... 하지만 내 무능력과 악함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나를 떠나지 않았고, 나에게 두 딸을 낳아주었고, 아내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충실하게 자리를 지켜 주었다. 또한, 하나님께서 아내와 나 사이에 늘 함께 하셔서, 내가 부족하고 악할 때에도, 우리를 하나로 묶는 끈이 되어 주셨고, 무엇보다도 가망이 없을 것같던 나, 그리고 우리 관계를 조금씩 바꾸어 주셨다. 우리 부부관계를 진정으로 주님이 함께 하셨기 때문에 지탱이 가능한 것이었다. 믿음의 능력, 믿음 안에서의 결혼의 중요성을 그 어느 누구보다도 분명히 체험했다.

작년 1월 9일은 청년부 목자수련회 기간 중이었다. 올해도 마찬가지이다. 작년에 결혼 10주년 기념이라고 특별히 아내에게 해 준 것이 없었는데, 올해도 그렇다. 결혼기념일보다 목자수련회 준비로 바쁘게 지낸 한 주가 되어버렸다. 아내에게 정말 감사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마디도 불평을 하지 않고, 나와 함께 목자수련회를 준비한다는 것이다. 여자로서, 결혼기념일에 대한 기대와 생각이 왜 없겠는가만... 주님 안에서 하나님을 위한 일에 더 가치를 두고 나를 도와 동역하는 그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결혼 11주년... 아내와 하나님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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