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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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사실에 입각해야 하기 때문에 먼저 사실여부를 확인해 주시고, 또한 논리적 비약이 없어야 합니다. 만약 사실에 입각하지
않거나, 논리적 비약이 너무 심하거나, 욕설이 있는 댓글은 그냥 삭제합니다.)
A와 B는 서로 사이가 좋지 않다. A는 좀 독선적인 면이 있어서 B를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경향이 있다. B는 그런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가면 좋겠지만, A는 원래 그런 식으로 일을 진행해 본 적이 없다. A가 평생 해오던 일의 방식은 상명하복이었기 때문이다(그가 그의 윗사람이 명령에 절대 복종했는지는 좀 의심스럽긴 하다). B는 그런 A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B는 A가 하는 일마다 딴지를 걸고, A를 놀림으로써 그가 하려는 일을 매사에 방해했다. 그런 B를 너무 싫어한 A는 B를 경찰에 신고하려 했지만, B가 하는 일이 꼴보기 싫고 화나게는 하지만 그렇다고 법을 명백히 어겼다고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어서 분을 삭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A는 칼을 들고 어김없이 꼴보기 싫은 짓으로 자신을 훼방하는 B를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다행히 B는 A의 협박을 피해 목숨을 건지긴 했지만 약간의 상처를 입었다.
물론 A와 B의 이야기는 실제 사건이 아니고 만들어낸 것이며, A는 윤석열 대통령을, B는 민주당, 특히 이재명 대표를 비유한 것이다. 좀 많이 단순화한 면이 없지 않지만, 적어도 내가 본 국내 정치는그렇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탄핵을 '남발'하면서 대통령과 정부가 의도하는 것을 저지하려 했다(야당에 의해 탄핵 당했던 인사들의 면면을 좀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는 있다). 그리고 다른 야당들과 연합하여 숫적 절대우세로 정부의 정책을 좌절시킨 경우도 많았다. 그것에 분노한 대통령은 법적으로 이 대표와 민주당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딱히 그 과정에서 위법한 것은 없었기 때문에(물론 현재 재판 중에 있는 이재명 대표 개인의 위법 여부와는 완전히 별도의 문제이다) 이에 대해 분노하고 답답해 하다가 내놓은 결론이 계엄이었다.
대통령의 조치에 대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그것이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결론은 헌법재판소가 내릴 것이고, 대통령 및 그와 함께 계엄조치에 참여한 사람들의 내란죄 여부는 사법부가 판단할 것이니 여기서 내가 나서서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다만, 대통령의 조치가 합법적인 것이 아니라고 인정하는 사람 중에서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 대표를 내세우면서 대통령의 조처가 그럴만 했다고 동정하고 있는 점은 생각해볼만 하다. 그들은 '대통령을 파면시켜서 이 대표 좋은 일 시킬 수 없다'거나 '대통령이 그렇게까지 한 근본적인 원인 제공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니 이 대표가 더 나쁘다'라고 주장한다. 어떤 주장을 하든지 간에 대통령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혐오를 감추지 않으며 그를 끌어들인다. 그런데 그것이 맞을까?
위에서 A와 B의 관계로 초래된 끔찍한 결말을 예로 들어보자. A에게 B라는 존재는 정말 밉고 제거해버리고 싶을 수도 있다. 그리고 B가 한 모든 행동이 옳다고 볼 수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A가 칼을 들고 B를 죽이겠다고 달려든 것을 B의 책임이라며 B를 비난하는 것, 더 나아가 A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이 옳은가? 그리고 칼을 든 사람이 A이기 때문에 그 행위를 더 동정하는 것이 옳은가? 만약 B가 칼을 들고 A를 죽이려고 했다면 어떨까? 보는 사람에 따라서 A와 더 친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B와 더 친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에 따라 자신이 더 친한 사람에게 마음이 가는 것은 이해하지만, 법적인 잣대는 A와 B에 무관하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A가 칼을 들고 폭력을 행사하며 살인미수의 범죄를 저지른 것은 B와는 무관하게 판단해야 한다. 법적으로 B의 잘못과 A의 잘못은 별도의 사건이며 위법한 정도에 따라서 각각 처벌을 받으면 될 일이다. A의 행위에 B를 끌어들이는 것은 전에 다른 글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피해자를 비난하는 (blaming the victim) 전형적인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에서 기인한 것이다. B는 위법한 것이 없다. 다만 그가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는지, A의 심기를 그렇게까지 불편하게 하고 A가 하려는 것을 그렇게까지 좌절시켰어야 했는지에 대해서 도덕적으로 문제삼고 비난할 수는 있다. 하지만 A가 칼을 들고 B를 살해하려고 한 것은 전적으로 위법한 행위이고 그것은 어떤 식으로는 용납되거나 두둔할 수 없는 행위이다.
다른 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해서 대통령이 했어야 하는 것은 대화, 설득, 양보, 타협, 대국민 선전전 등의 정치적인 행위였다. 그것으로 이 대표와 민주당을 코너로 몰고갔어야 했고, 그것으로 그들의 항복을 받아냈어야 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야당과 대화를 거부했고, 그들을 설득하려 하지 않고 위협했으며, 양보나 타협을 시도하지 않고 상대가 백기를 들고 항복하기를 기대했다. 그것은 정치적이지 못한 대처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정치적이어야 하는 자리인 대통령에 걸맞지 않은 행동이었다. 그리고 그가 택한 최후의 방법은 군대의 무력을 사용한 폭력적 억압인 계엄을 통해서 야당을 굴복시켜 항복을 받아내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나라의 헌법체계 내에서는 결코 용납되지 않는 범죄이다.
그리고 그 계엄을 '윤석열'이 했기 때문에 용납된다는 생각도 절대 인정할 수 없다. '윤석열'을 옹호하거나 동정하는 사람들은 만약 '이재명'이 대통령 자리에 앉아서 똑 같은 것을 했더라도 마찬가지로 옹호하거나 동정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만약 '이재명'이 대통령으로서 같은 것을 했더라도 국민적 저항에 직면했을 것이고 그 중에서 가장 격렬하게 저항하는 사람들이 바로 지금 대통령을 동정하며 지지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다시 한 번 더 강조하는데) 법의 잣대는 누구에게나 동일해야 한다. 이번 계엄을 '윤석열'이 하건, '이재명'이 하건 상관 없이 똑같이 엄격히 법이 적용되어야 하고 똑 같이 처벌을 받아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민주당의 김부겸 전 총리를 좋아한다. 그리고 국민의힘에서는 유승민 전 대표를 좋아한다(공교롭게 둘 다 대구 출신 정치인이다). 하지만 설사 그 둘 중 어느 누구든 대통령 자리에 앉아서 지난 12월에 '윤석열'이 했던 것과 같은 것을 한다면 나는 절대로 그를 지지하거나 동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탄핵되고 파면되며, 내란죄로 처벌 받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것을 위해 광장에 나갈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지 혐오하는지와 전혀 상관 없이 법은 객관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며 그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것이 법치주의의 기본이다.
대통령의 범죄는 범죄 그 자체로 봐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혐오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해 혐오는 그 자체가 독립적인 것으로 그들에 대해서는 그들에 대한 혐오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다수를 이뤄서 선거로 심판하면 된다(물론 이 대표 개인에 대한 사법적 심판은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이고 그것은 사법부의 권한이므로 기다리면 된다). 그러니 제발 대통령의 탄핵 심판과 내란죄 판단에 이 대표를 끌어들이는 무모하고 무식한 짓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말을 입에 올리는 사람을 볼 때마다 ( ) 때문에 참 딱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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