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염을 기르면서 생긴 버릇이 있다.
아랫턱을 쓰다듬는 것과 거울을 보는 것.
남자라서 그런가... 나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거울을 보는 것이 고작일 뿐, 거울을 거의 본 적이 없다. 평생... 내 얼굴을 별로 보고 싶지도 않고, 멋내는 것도 내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냥 생긴대로 살기 때문에 거울은 나에게 의미가 없었다.
그런데 요즘 부쩍 거울을 많이 본다. 수염이 자라는 것을 보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보기 싫어하는 수염... 어제도 어떤 나이든 자매님이 내 수염에 대해서 불평하는 것을 들었다. 하지만 수염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수염이 자라나는 것을 보면서 흘러간 세월의 길이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를 볼 수 있고, 그것을 보면서 나에 대해서, 내 믿음에 대해서, 내 순종에 대해서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염은 꾸준히 자라지만, 내 안에서 내려 놓음은 그에 비례하지 않는 것을 느끼며, 주님 앞에 겸손해진다.
토요일... 욕실 세면대에서 거울을 들여다 보면서, 참으로 오랫만에 힐끗 내 몸(웃통을 벗은 몸)을 보게 되었다. 얼마만에 본 내 몸인가? 몸을 보면서 세월의 흔적을 많이 느꼈다. 밋밋해져버린 몸. 축 쳐진 살. 여기저기 보이는 주름살.. 젊은 시절 그 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나이든 아저씨의 몸이 거기 있었다. 슬프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하나님께... 나이가 들어가기 때문에 슬픈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을 무책임하게 방치한 것에 대한 자책 때문이었다.
하나님께서 주신 몸인데... 그토록 오래 방치해 놓으니 이모양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몸조차도 내것이라고 생각하니 함부로 다루고 가꿀 생각을 하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나를 사랑하는 것은, 나를... 내 영혼을... 내 육체를... 내것으로 여기고 마구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것으로 인정하고, 그분을 위해 가꾸고 관리하고, 그분께서 받으실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분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분의 것을 사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분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그분의 것을 소중이 여기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주님의 것을 아름답게 가꾸기로 했다. 청년의 때에 가졌던 그 아름다운 몸을 회복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하나님의 것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모습으로 가꾸는 목표를 가지고 운동을 통해서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기로 했다.
이를 통해서 몸의 운동 뿐만 아니라, 영혼도 말갛게 씻어내고, 군살이 없이 탄탄한 몸을 가진 영혼으로 가꿔나가는 작업을 해야겠다. 내 욕심과 내 죄로 말미암아 쌓여 있는 영혼의 군살들을 없애고, 순전한 근육으로 하나님의 명령에는 절대적으로 순종할 수 있는 영적 순발력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만들어 가야겠다.
그것이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고, 그것이 나를 가장 아름답게 가꿔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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