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음악이다...

좋은 스피커는...
음악의 저음을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 울리도록 한다. 그 저음은 공간을 뒤흔드는 저음이 아니라 마음을 울리는 저음으로 만든다. 드럼의 낮으면서도 강한 비트가 은은하게 음악 전반의 페이스를 맞추어 가는 가운데, 베이스 기타의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저음의 악기들이 개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음악의 활동 공간을 형성하도록 만들어 준다.
고음의 경우에는 음색을 그대로 살려준다. 어쿠스틱 기타의 리드미컬 하면서도 청아한 선율을 그대로 담아낸다. 보컬의 목소리가 악기에 묻히지 않으면서도 다른 악기들과 잘 연결되어 혼연일체가 되도록 만들어 준다. 한국 고전음악의 경우 강렬한 고음의 피리 소리의 애절함이나, 영산회상의 상영산 첫부분을 장식하는 양금의 청아하고 맑은 소리가 깨끗한 명정지수처럼 듣는 이의 귀를 맑게한다. 여러 고음의 악기들이 저음의 배경 위에서 개성있게 놀게 된다. 높은 음이지만, 귀에 거슬리지 않고, 저음에 흡수되면서도 고음의 색을 그대로 나타내도록 만들어 준다.
좋은 스피커는 각 음악이 추구하는 바를 그대로 담아내어 그 분위기와 감정을 증폭하여 전달해 준다. 좋은 스피커를 통해서 듣는 음악은 듣는 이로 하여금 쾌감을 느끼게 하며 공연장의 감동을 고스란히 전해 준다.

가난한 나로서는 한 세트에 최소 몇 천불, 많게는 몇 만불씩하는 좋은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듣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것은 음악 매장에서 우연히 만난 최고의 스피커 앞에서 잠깐 동안 즐기거나, 그 음향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집이나 장소를 방문했을 때, 귀동냥으로 즐기는 것 뿐이다.
현실적으로 나에게는 자동차의 스피커와 컴퓨터 음악이 거의 유일한 도구이다.
사실 그런 도구들을 통해서 듣는 음악은 감동이 현저히 반감된다. 저음은 거의 강조되지 않거나, 소리를 내더라도 찢어질 듯한 소리를 내는 가운데 고상함을 잃어버린다. 고음은 날카롭게 귀를 파고 들지만, 그 악기들의 개성은 사라져버린 후이고, 아무렇게나 뒤섞인 소리들은 잡음에 가까운 소리로 고통을 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음악이나마 없는 것보다는 낫다.
볼륨을 있는 대로 높이고, 차를 달리는 가운데, 잡음에 가까운 음악이지만, 차 안을 가득히 채우는 음악은, 나름대로 감동을 선사한다. 내 공간이 음악으로 가득차 있다는 느낌... 그 음악 가운데 내가 있고, 내가 그 음악에 잠겨 있다는 느낌은 나를 늘 행복하게 만든다.
귀는 괴롭지만, 마음은 즐거운, 참으로 특이한 경험이 차안에서 일어난다.

오늘 저녁... 혼자 I-35를 오랫동안 달리며 나는 오랫만에 하나님을 찬양하는 소음 가운데 푹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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