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학생들에게 휴일은 주일이 아니라 토요일인가보다. 토요일인 오늘 하루 종일 적막하다. 사람들이 거의 없는 도서관은 커다란 건물 전체를 내가 혼자 쓰고 있다는 착각이 들도록 만든다. 다른 방도 거의 비어 있는 듯하다. 바로 근처에 있는 가신현 집사네 방도, 그 옆방의 하연이 예연이 친구네 아빠의 방도 오늘 하루 종일 비어 있다.
아무도 오가지 않는 이 곳에서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여러 가지 일을 바쁘게 했다. 월요일에 있을 Discussion Section 준비, Paper grading하느라 미뤄 두었던 Quiz grading을 완료하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다. 사실 월요일 Discussion Section 준비는 막막하다. 원래 그 전 주에 있었던 두 번의 강의 내용에 대해서 토론하는 것인데, 화요일에는 수업이 취소되었고, 목요일에는 내 강의가 주를 이루었다. 내 강의에 대해서 토론하면 좋지만, 그 내용이 수업의 theme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토론하기는 매우 힘들 것 같다. 교수는 TA들에게 그냥 알아서 시간을 보내라고만 한다.
그래도 지난 주에 학생들이 읽었던 것이 Emily Dickinson의 시들이었다. 내가 학부 학생일 때, 수업시간에 발표했던 그 시인. 그 때 이후로 시를 공부하는 것은 포기 했었다. 어떤 것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 그녀의 시... 너무나 압축적이고, 너무나 간결하기 때문에, 도대체 뭘 말하고 있는지 감조차 잡을 수 없는 그녀의 시는 나를 절망하게 했었다. 그런데 바로 그 시인의 시로 월요일에 시간을 보내야 한다. 오늘 많은 시간을 들여서 우리가 수업 중에 다룬 시들을 연구하고 또 연구했지만, 아직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감이 오지 않는다.
난감하지만, 그래도 걱정하지는 않는다. 산넘어 산... 어려움은 가중되지만, 그것은 주님께서 내 능력을 의지하지 말고 주님만을 바라보라고 부르시는 것이라 믿는다. 주님만이 지혜의 원천이 되신다. 그분께 의지하고,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성실히 준비해 갈 때, 주님의 역사 가운데, 학생들에게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난관, 어려움은 그것을 극복해 가는 내 능력을 즐기는 기회가 아니다. 그것은 주님의 역사를 경험할 너무나 좋은 기회이고, 그것으로 인해 나는 하나님을 더 깊이 만나고, 그분으로 인해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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