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2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한참을 잤다고 생각했다. 눈이 저절로 떠져서 시계를 보니 두 시...
아직 일어날 시간이 한참 남았다. 그래도 정신은 말짱...
다시 잠을 청해 보지만, 쉽지 않다.
불현듯, 대학생시절에 잠 안오는 밤에 잠잘려고 노력하는 젊은이는 게으른 자라고 책망하시며, 잠이 오지 않으면 일어나서 책을 보든지,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라고 야단치셨던 존경하는 영적 리더의 말씀이 생각났다.
일어나 앉아 컴퓨터를 켰다. 이메일을 체크하고, 신문을 약간 본 뒤, 논문을 쓰기 시작했다.
그 동안 paper grading과 강의와 다른 일들 때문에 뒷전에 밀려 있었던 논문을 오랫만에 대하니 어색하기만 하다. 그래도 한 단어 한 단어를 적어 간다.
올해 말에 논문을 마무리 하기를 원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점차 불가능해지는 것을 본다. 한참을 더 써야 할 것 같은 생각... 올해 12월로 아파트를 비워줘야 하고, 다음 학기 TA는 신청을 안했기 때문에 반드시 이번 겨울에는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렵게 되었다.
아내는 내가 논문이 완성이 되건 되지 않건 간에 아이들이 한국의 학교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1월이나 2월에는 한국으로 들어가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나 혼자 여기 남아서 논문을 마무리하고... 까딱 잘못하다간 이산가족이 될 것 같다...
나 혼자 미국에 남아서 살면... 일단 생활비도 벌어야 하고, 한국에도 조금 보내 줘야 하고, 밥챙겨 먹고, 옷 챙겨입고... 혼자서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쨋든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이게 현실이라는 것인가?
현실이란 하나님이라는 factor가 빠진 내 감각과 지식의 한계 내에서 재구성된 상황인식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라는 factor"이다. 그것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이기 때문이다.
믿음이 가장 중요해지는 싯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만약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잃는다면, 나는 내가 감당해야 하는 엄청난 짐을 지고 미궁에 빠져드는 것과 같은 삶을 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늘 믿어 왔던 대로, 하나님을 바라보고, 그분께 민감한 삶을 산다면, 사면초가의 상황이라 하더라도, 하늘로 비상하는 놀라운 역사가 있을 것이다.
지금은 내가 발버둥 칠 때가 아니라, 잠잠하게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볼 때이다.
비록 나 혼자 미국에 남아 논문을 마무리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이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이라면, 내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선한 것이다.
결국... 오직 믿음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이 글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 주세요.